유럽 북서부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 국토는 경상남북도를 합쳐 놓은 크기고, 토양은 척박한 데다 농업 인구는 서울의 구(區) 하나보다도 적은 60만명에 불과해서 국가 노동력의 6%밖에 안 되니, 어느 모로 봐도 농업 대국의 면모를 찾을 수 없다. 기후 또한 만만치 않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많아 해를 보기 어렵고, 겨울에는 태풍에 맞먹는 바람이 분다. 이런 악조건을 타개하기 위해 이들은 ‘유리 온실’을 만들어 바람을 피하고, 인공 햇빛을 통해 연중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을 위한 농민의 열정도 대단하다. 생산자는 작물에 대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단일 품종 위주 재배와 대를 이은 가족 중심의 농업 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품질향상과 기술개발에 주력하여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다.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화훼류 수출만 연간 200억달러에 이른다. 쉽게 말해 전 세계에서 팔리는 꽃 중, 열에 여섯 송이가 네덜란드산이다. 네덜란드의 농업 수출액은 500억달러 수준으로 국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1인당 GDP 3만달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강국이 되기까지 정부의 체계적인 농업지원 시스템도 일조했다. 네덜란드는 고품질 농축산물의 생산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품목별 전담 기관이 존재하는 나라다. 화훼류의 화훼홍보위원회(B.B.H.), 축산물의 축산생산위원회(P.V.E.), 채소류의 그리너리(Greenery) 등 이들 기관은 작물선정과 기술지도 등 생산단계부터 마케팅·해외홍보 등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적정 생산과 가격이 유지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신속한 운송·분배를 위해 합리적 물류 시스템의 구축, 수출입 제도의 간소화, 정보 분배의 신속화를 지원한다. 네덜란드를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농업은 더욱 희망적이다. 농업인의 노력, 정부의 의지, 자연환경 등 어느 것 하나 한국이 네덜란드보다 부족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뿌리 깊은 농경사회의 저력까지 있다. 네덜란드의 사례와 같이 농업인·소비자·수출기관·정부 모두가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개척정신’을 갖는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다. 이제 우리도 고품질·안전품 생산기반을 조성하여 맞춤형 수출농산품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리 식문화를 전파하고 고급 브랜드로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심어 나간다면 우리 농식품이 세계화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달성한 농산물 20억달러 수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농산물 시장개방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위기를 기회로 역전할 수 있는 역량이 결집될 때, 농산물 수출 50억달러, 100억달러 달성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정귀래 사장 기고>
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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