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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 2022 수기공모전_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 인한 나의 생활 변화

  • 관리자
  • 2023-02-28 10:51
  • 조회 745
주제: 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 인한 나의 생활변화_김*태

농식품 바우처 참여 이전의 우리의 장바구니는 항상 단조로웠습니다.
매번 아는 맛의 요리들에 필요한 익숙한 재료들...
그것마저도 가격을 비교해가며 가장 싼 것으로 골라서.
어쩌다 새로운 재료를 구매하는 날은 가끔 마트에서 특별행사를 하는 날, 혹은 자식들이 집에 들르겠다 하는 날. 그뿐이었습니다.
아내와 나에게 있어 식재료란, 음식이란 언젠가부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가장 싸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게 되어버렸었고, 먹는게 즐겁지 않았기에 새로운 음식들에 대한 일말의 호기심도 더 이상 없어진지 오래였습니다.

처음 카드를 받고 몇 달은 아내에게 카드를 맡기고 충전된 금액에 맞춰 사용하라 알려주며 별 신경 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맞아 함께 장을 보러 갔고, 아내 뒤를 따라다니며 그마저도 카드에 충전된 금액을 맞춰 써본다고 투덜투덜 대강 장을 봐왔답니다.
제게는 너무나 오랜만이어서 낯설었던 장보기 그리고 ‘우리 농산물’ ... “왜 이렇게 비싸” “무조건 싼 것”을 강조하며 장을 보던 우리에게 있어서 그 날 사온 손두부로 두부김치 요리를 해서 상에 놓았던 날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분명 종종 먹던 음식인데 전과 달리 너무나도 맛있었습니다.
이 나라 저 나라의 대두로 만들어 공장에서 찍어낸 판 두부를 사다 몇 날 며칠씩 새로 물 갈아가며 먹던 그 두부 맛이 아니었습니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추억의 맛을 느꼈고, 따뜻한 온기와 정성의 맛을 느끼며 밥을 먹었습니다.
그 짧은 식사시간에 즐거움을 느꼈고 아내 또한 눈이 커지더군요.
그 다음 카드 이용을 하던 날은 혼자 가서 장을 봐왔었습니다.
이전에 카드를 쓰던 날과 달리 가능한 품목 내에서 좀 더 꼼꼼하게 살피며 장바구니를 채웠고, 가격보다는 국내 원산지와 내가 먹어보고 싶은 것 위주로 담았습니다.
십 여년이 넘게 양평에 살면서도 양평의 특산물이 무엇인지, 양평에서 어떤 농산품이 나는지 알지 못했었고, 우리 집 근처 하우스에서 재배된 쌈 채소들도 그제서야 눈에 띄었죠.
잘 사지 않던 우유도 건강을 위해 구매하고, 맛있게 먹었던 손두부도 구매하고, 제철 과일도 정말 오랜만에 구매했습니다.
과일을 고르며 아내에게 전화해 먹고 싶은 과일이 있느냐 넌지시 물으며 생색 아닌 생색도 내보았답니다.
장을 보고 돌아와 알록달록 풍성하게 채워지는 냉장고를 보며 아내가 저녁 식탁엔 어떤 요리를 해놓았을까 하는 기대도 들었지요.
물이나 마시려 열었다 닫았던 냉장고 문을 하루에 한 두번씩 더 열어보며 참외도 하나 깎아 먹어보고 우유도 한 컵 따라 마셔보았습니다.

사실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식품들로 차곡차곡 채워진 냉장고 칸칸이들만 보아도 든든한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또 어떤 날은 장 봐온 재료로 이런 요리를 해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제안해보기도 했었습니다.
아내가 요리를 해놓으면 함께 상에 앉아 맛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시간도 쏠쏠하게 재미났고, 오랜만에 먹는 음식들에 옛날 이야기를 꺼내어 두런두런하며 웃음짓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이런 상황들이 낯설기도 하면서 참 따스하더군요.
자식들이 모두 출가한 후 아기자기함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농식품바우처 사업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단순히 충전된 금액으로 정해진 품목들을 구매하여 식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닌, 우리 농산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없이 장을 보면서 이 물건이 수입인지 국내산인지 어느 지역에서 온 건지, 어떤 때엔 유통기한 조차도 자세히 보지 않고 익숙하게 집어오기도 합니다.
제 나이 연령대의 노인들은 그러다보니 식재료, 음식, 맛 등에는 더욱이 관심이 멀어질 수 밖에는 없습니다.
우리 것, 우리 농식품으로 건강을 챙기고, 입맛을 챙긴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간편한 즉석식품이 편하기도 하고, 익숙해져버린 단순한 방법들로 대강 끼니를 때우게 됩니다.

하루는 제가 일하는 곳에 바우처로 구매한 과일을 싸간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과일을 먹다보니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생각나 가져갔었지요.
비슷한 또래의 노인들 여럿이 모여 먹으면서 하는 말들이 “과일은 어디서 선물들어와야 먹고 잘 안 사먹지” 하더군요.
그들의 말이 맞습니다.
저 또한 그 마음을 압니다.
과일 뿐 아니라 어떤 것을 먹어도, 어떤 음식에도 큰 흥미와 재미가 이젠 없지요.
그 자리에서 친구들에게 농식품바우처 이야기를 하며 그 카드로 사온 과일이다 하고 과일 말고도 국산 손두부도 맛났고, 우리 동네 쌈채소를 사다 쌈싸먹어도 맛났다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농식품 바우처는 제게 있어 큰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지요.
매번 똑같은 하루 일과,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속에 장을 보며 느끼는 작은 고민도, 기대들도 얼마나 소중하던지.
안경 내렸다 썼다 봐가며 고른 농식품들을 냉장고에 넣을 때의 뿌듯함.
그리고 그것이 아내의 손끝에 서 추억의 맛으로 재탄생 했을 때 맛보았던 그 기쁨.
그리고 그 기쁨을 아내와 나누는 시간이 제게 생겼다는 것.
맛있는 것을 먹으니 동료들이 생각이나고, 동료들과 나누어 먹으니 더 기쁘고...
몇 달간 분명 제 삶은 윤택해졌지요.
그리고 그 기억들과 경험들이 너무 좋았기에 저는 농식품바우처 사업이 끝난 지금도 일부러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 그 마트에 들어가 주저 없이 우리 농식품을 골라 봅니다.
두리두리 살피며 어떤 재료와, 어떤 요리들을 고민하며 내 삶의 어느 한 부분 즐거움을 또 채우러 갑니다.
그 시간들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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